이모는 뭐로 먹고살아?
지난 1월, 중학생과 고등학생인 조카들이 제주에 놀러 왔습니다. 보호자 없이 조카끼리만 온 여행이었죠. 약 2주간 함께 시간을 보내고 돌아간 조카가 언니에게 슬쩍 물었다더군요.
“이모랑 이모부는 뭐로 먹고살아?”
곁에서 지켜보니 어떤 날은 본인들과 온종일 같이 놀고, 어떤 날은 일이 있다며 저희끼리 시간을 보내라고 하니 이모 부부의 생계가 어떻게 유지되는지 궁금했나 봅니다. "우리 때문에 이모랑 이모부 돈 너무 많이 쓴 거 아니야?"라며 걱정까지 했다니, 다 컸구나 싶어 기특하면서도 웃음이 났습니다.
“저 사람은 어떻게 먹고살까?”
사실 이 질문은 저 역시 누군가를 보며 품어왔던 질문입니다. 저를 아는 분들도 차마 묻지 못할 뿐, 제가 무엇으로 먹고 사는지 내심 궁금해하셨을 거예요. 평생 교직에 뼈를 묻을 듯 열정적이었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그만두었으니, 든든한 백이 있거나 대단한 계획이 있을 거라 짐작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생각보다 즉흥적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동안 너무 치밀한 계획 속에 살아왔기 때문일까요. 번아웃이 올 정도로 일에 몰두했던 과거를 지나, 지금은 적게 벌어도 몸과 마음에 여유가 있는 삶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본래의 유유자적한 성정대로 살아가고 있는 거죠.
물론 현실은 냉정합니다. 몸과 마음의 여유에 비례해 통장의 잔액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으니까요. 더 늦기 전에, 머릿속으로만 그려왔던 수입과 지출을 제대로 정돈해 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025 수입 회고 : 무엇으로 먹고살았나
이월 편집자의 수입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이월오일 책 판매 수익, 글쓰기 모임 오글오글의 운영비, 그리고 교사 시절 집필한 책들의 인세와 교과 관련 강의료입니다. (안타깝게도(?)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는 제 장부에 없습니다. ㅠ_ㅠ)
1. 출판사 이월오일 : 책 한 권으로 버티기
지난해 8월 20일, 이월오일의 첫 책 <인생 쓰고 나면 달고나>를 출간했습니다. 출간 후 약 석 달, 이른바 ‘신간의 시간’에는 2쇄를 고민할 만큼 판매가 활발했지만, 새해 들어 기세가 꺾이며 이제는 창고비를 걱정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왜 많은 선배 출판인이 최소 3개월마다 신간을 내야 현금 흐름이 생긴다고 조언했는지 온몸으로 체감하는 중입니다.
2. 글쓰기 모임 오글오글 : 사람과 글을 만나는 즐거움
오글오글은 2024년부터 운영해 온 글쓰기 모임입니다. 2025년에는 [브런치 작가 되기 모임], [글쓰기 습관 만들기 모임], [월간 오글오글 필진 모임], [책 쓰기 모임]으로 멤버들을 만났습니다. 멤버들의 글을 모아 두 권의 작품집 <응답하듯 삶을 쓴다>, <나는 기억한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작품집의 수익금은 모두 기부하기에 금전적 이득은 없지만
- 대량 인쇄 후 창고에 쌓아두고 판매하는 방식이 아닌, POD(주문형 인쇄) 방식이라 제작비와 물류비가 들지 않고
- 멤버들의 글을 다듬고 책을 디자인하면서, 편집/디자인 실무 감각을 잃지 않을 수 있고
- 무엇보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꺼내는 사람이 된다’라는 제 비전을 실현할 수 있어서
계속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3. 인세, (종종) 강의 수입 : 과거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보낸 선물
교사 시절 교과서와 단행본 집필에 참여한 덕분에, 용돈 정도의 인세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학교에 다닐 때는 그리 크게 느끼지 못했던 숫자인데, 홀로서기를 시작한 지금은 과거에 뿌려둔 씨앗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릅니다. 과거의 노력이 열매가 되어 현재의 저를 지탱해 주고 있는 셈이죠. 이 열매가 다 떨어지기 전에 새로운 씨앗을 뿌려야 할 것 같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묵혀두었던 원고들을 다시 꺼내, 매년 한 권의 책은 꼭 쓰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할 수 있겠죠?)
2026 수입 계획 : 지속 가능한 사랑
저는 제 일을 정말 좋아합니다. 교사도 천직이라 생각했지만, 편집자이자 글쓰기 모임 운영자인 지금 역시 ‘덕업일치’의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고정 수입이 없다는 사실지요. 때때로 불안이 엄습하지만, 사랑하는 일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려 합니다. ‘노력하되 무리하지 않기’라는 원칙을 잊지 않으면서요.
1. 꾸준한 기록으로 온라인 마케팅하기
출판사는 결국 책을 만들고, 알리고, 팔아야 지속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스타그램이라는 무료 마케팅 창구를 외면하기 어렵지요. 구간인 <인생 쓰고 나면 달고나>의 생명력을 이어가고, 앞으로 나올 신간을 잘 소개하기 위해서라도 꾸준한 기록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글쓰기 모임 멤버 중 마음 맞는 분들과 챌린지 모임을 결성했고, 지난 3개월간 ‘주 3회 업로드’를 목표로 총 39개의 기록을 쌓았습니다. 작은 성공 경험을 동력 삼아 3월부터는 ‘평균 주 4회 업로드’에 도전합니다. 무엇을 올릴지 고민하느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도록 네 가지 코너도 미리 기획해 두었습니다.
- 이월의 문장: 일상의 단상과 <인생 쓰고 나면 달고나> 속 문장, 혹은 제가 아끼는 문장들을 나눕니다.
- 출판사 자료Zip: 책 한 권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1인 출판에 필요한 실무 정보를 공유합니다.
- 이월의 편지: 발행된 뉴스레터의 주요 코너를 갈무리하여 게시합니다.
- 이월의 작업실: 이월오일 출판사에서 일어나는 소소하고 다채로운 일상을 기록합니다.
2. 독자도 만나고 책도 파는 북페어
북페어는 독자님의 피드백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소중한 자리입니다. 제가 만든 책에 관심을 보이는 분들과 대화하다 보면 힘이 솟고, 판매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눈으로 확인하는 즐거움도 큽니다. 제 꿈 중 하나가 ‘책 보부상’이 되어 전국을 여행하듯 사는 거라, 꿈을 이루는 기쁨도 있고요.
물론 제주 이주 후에는 육지로 나가는 비용과 일정에 제약이 많아졌습니다. 아직 책이 한 권뿐이라 자칫 수입보다 지출이 더 클 수도 있다는 현실적인 고민도 따릅니다. 하지만 북페어가 주는 기쁨을 포기할 수 없기에, 당분간은 저만의 기준을 세워 도전해 보려 합니다.
- 참가비가 없는 곳에 우선 도전하기
- 지인의 도움으로 숙박비를 절감할 수 있는 지역 위주로 살피기
- 종수가 3권 이상 쌓일 때까지는 신중하게 움직이기
올해 상반기에는 제주북페어에 참여하며, 8월 부산 북앤콘텐츠페어, 12월 부산 마우스북페어, 그리고 제주 북케이션 위크에도 도전할 계획입니다. (마침 부산에 친정이 있어 숙박 해결이 가능하거든요.) 독자님들과 눈을 맞추며 대화할 그날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겠습니다.
3. 신간은 나만의 속도로
고정 지출을 고려하면 4개월에 한 번은 신간을 내야 합니다. 하지만 저는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하기보다 하나씩 차분히 살피는 쪽이 더 잘 맞습니다. 무리하게 달리다 번아웃을 겪은 적이 있기에, 지금은 일부러 속도를 조절하는 중이기도 합니다. 그게 제가 사랑하는 일을 오래도록 지키는 방법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올해는 총 2권의 신간 출간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작고 귀여운 수치이지만 저에게는 최선의 숫자입니다. 제주도로 이사 오며,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 여기저기 발을 담갔거든요. 픽제주 독서 모임 방장을 맡았고, 서귀포바이브 멤버가 되어 서귀포에 관한 콘텐츠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서귀포바이브 멤버의 제안으로 서귀포 출판인 모임도 작게 시작해 볼 생각이고요. (개인적으로 하반기에 책방도 열 계획입니다.)
적고 보니 뭔가 많이 하는 것 같지만, 아직 해낸 일은 없습니다. 순수하게 좋아서 시작하는 일들이고, 결이 맞는 사람들을 만나며 제주에 잘 뿌리 내려야 일도 신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하는 일이거든요. 올해는 삶의 터전을 단단히 하는 데 집중하며, 나만의 속도로 한 권 한 권 정성껏 만들 계획입니다.
4. 더 밀도 있는 글쓰기 모임으로
지난해에는 퇴사와 출판사 창업, 그리고 제주 이주라는 인생의 큰 변화가 한꺼번에 몰아쳤습니다. 그 소용돌이 속에서 글쓰기 모임을 운영하다 보니 부족한 점도 많았고, 몸과 마음이 조금 지친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잠시 모집을 멈추고 휴식기를 가졌습니다.
그런데 휴식기 중에 오글오글 멤버가 쓴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요즘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게되어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제가 글로 사람을 알아가는 일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새삼 깨달았지요.
휴식기 동안 프로그램도 업그레이드했기에, 올해는 피드백을 강화한 밀도 있는 모임으로 운영할 예정입니다. 곧 나올 작품집도 기대해 주세요.
5. 이제는 정말 쓸 때
제 꿈은 작가이자 글쓰기 모임 운영자, 출판사 대표, 책방지기입니다. 하나씩 이뤄가고 있지만, 어째서인지 제일 앞에 적어 둔 ‘작가’라는 이름이 요즘은 어색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고 다듬는 일이 재미있어서, 정작 제 글쓰기는 소홀해졌기 때문이지요. 아니, 그건 핑계고, 의지도 약하고 겁도 많은 것 같습니다. (하하!)
멋모르고(?) 쓸 때는 재미있었는데, ‘이렇게 저렇게 써야 한다’라는 기준이 생기니 글이 앞으로 나아가지 않습니다. 합평을 좋아하면서도 제 글이 합평의 대상이 되는 건 겁이 납니다. 독자들의 평가를 받을 생각을 하면 후덜덜하고요. (그래서 갈수록 작가님들이 더 존경스러워집니다.)
그럼에도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혼자서 몰래 써 둔 글이 많지요. 혼자서 보물찾기 중이랄까요. 글을 숨겨 두긴 했지만, 사실은 누군가 발견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기도 합니다. 마음속에 ‘너는 글을 써야 한다’는 문신을 새긴 지도 오래입니다. 할 말은 많은데 뱉어내지 않으니 속이 무겁고요. (그러면 쓰라고~~)
글도 쓸 줄 알고, 편집도 디자인도 할 줄 알고, 심지어 출판사도 하고 있으니 ‘매년 한 권의 책을 꾸준히 내보자’라는 목표를 세웠… 아니, 예전에 세웠었습니다. 그 목표를 아주 자주 떠올립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매년 목표를 얘기했기에, 이제는 누가 믿어줄까 싶기도 합니다. 말하는 저조차 제 결심이 백 퍼센트 믿기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이렇게 오일이들에게 선언해 두면, 미래의 제가 어떻게든 약속을 지키려 애쓰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