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만으로 살 수 있는가?
지난 3월 11일, 3월 고전 독서 모임을 가졌습니다. 함께 읽은 책은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입니다. 제목 속 ‘달’은 영혼의 갈망과 이상을, ‘6펜스’는 세속적인 현실을 상징하지요.
(줄거리를 살짝 알려 드리면)
런던에 살던 스트릭랜드는 안정된 직업과 가정을 버리고 돌연 파리로 떠납니다. 세간의 추측과 달리, 그가 파리로 향한 이유는 '그림을 그려야만 한다'라는 열망 때문이었습니다.
“가족을 버리고 꿈을 좇다니 말이 안 된다.”
“꿈을 좇기에 너무 늦은 나이 아닌가.”
“그림을 그려본 적도 없으면서 무슨 화가라는 건지.”
그는 가난과 무시 속에서도 오직 예술에만 매달립니다. 그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을 큰 고통에 빠뜨리기도 하는데요. 그의 면모는, 한 인간 안에 깃든 천재적 예술성과 도덕적 결함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고민하게 합니다.
이후 그는 영혼의 안식처인 타히티에 당도합니다. 그곳에서 비로소 평화를 얻고 예술혼을 불태우다 삶을 마감하지요. 세속을 초월한 그의 마지막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그 압도적인 에너지에 경외심이 듭니다.
독서 모임에서는 책 속 구절에 저마다의 삶을 빗대어 보고, 이상과 현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마싸 님은 “왜 모든 것을 버리고 그림을 택했냐”라는 화자의 질문에 그저 “그림을 그려야 한다.”라고 답했던 주인공 이야기를 인상 깊게 보셨어요. 그리고 멤버들에게 ‘무언가에 이토록 몰입해 본 적이 있는지’ 질문하셨죠. 평소에도 좋은 질문으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끌어내 주시는 마싸 님답게, 멤버들도 그 질문을 따라가며 그동안 꿈꿔 왔던 것들을 돌아볼 수 있었답니다.
하리 님은 60대에 제주에서 홀로서기를 시작한 경험을 나눠 주셨어요. “스스로 삶을 꾸려가라.”는 문장을 통해 주도적인 삶이란 무엇인지 이야기하셨고, 인생을 건 걸작을 불태우고 죽음을 맞이한 주인공을 보며 ‘지금 여기’를 사는 삶에 대한 생각도 나눠 주셨답니다.
명효 님은 인간 내면은 참으로 복잡하고, 누구나 각자의 ‘청동탑’ 안에 살고 있어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또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하던 주인공이 ‘타히티와 아타’라는 자신에게 꼭 맞는 환경을 만나 재능을 꽃피운 것처럼, 명효 님도 해녀의 삶과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발견해 가는 여정을 공유해 주셨어요.
스텔라 님은 “작품은 사람을 진짜로 드러낸다.”라는 말씀으로 모임에 깊이를 더해 주셨어요. 주인공은 표현이 거칠고 서툴러 오해를 많이 샀지만, 그가 그린 그림에서는 순수함과 인간미가 느껴진다고 하셨죠. 또 경제적 풍요를 누리던 과거보다, 다소 부족하더라도 무언가에 몰두하며 사는 지금이 더 행복하다는 말로 주인공의 삶에 공감을 표하셨답니다.
거북이 님은 많은 이야기를 하시진 않았지만, 책에서 받은 순수한 감동과 함께 독서 모임을 통해 타인의 다채로운 삶을 들여다보는 즐거움이 컸다는 소감을 남겨 주셨습니다.
이상을 좇는 이의 삶을 다룬 이 책은 영혼이 원하는 삶을 좇아 출판인이 되고 제주로 내려온 선택을 돌아보게 했답니다. 그리고 “비전을 가지고 자기만의 삶을 창조해 가는 사람이 진정한 삶의 예술가가 아닐까?”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어요. 그래서인지 함께 나눈 질문도 계속해서 머리에 남아있습니다.
“영혼을 바칠 만큼 무언가에 빠져본 경험이 있는가?”
“현실에서 인정받지 못해도 이상을 좇을 용기가 있는가?”
“내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곳, 나만의 타히티가 있는가?”
오일이들은 위 질문에 어떤 답을 할지 궁금하네요. 역시 함께 읽으니 즐겁고, 시야도 넓어집니다. 다음 독서 모임에도 다양한 분들과 만나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