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지만 항상 외면했던 것
무사히 신고를 마친 지금, 과거의 저를 돌아보면 '별것 아닌 일에 뭐 이리 심각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저는 미래의 제가 웃고 있으리란 걸 몰랐죠. 버튼 하나 누르는 것도 고민하며 푸념했습니다. '출판사 대표가 되면 원고 읽으며 여유로운 일상을 보낼 줄 알았는데, 잡다한 일들로 하루를 보내는 경우가 더 많구나.' 그래도 희망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래, 처음엔 다 어렵지. 처음 계산서 발행할 때 생각해 봐. 엄청 버벅거렸는데, 이제는 몇 분도 안 걸리잖아.'
신고를 마치고 보니, 매출만 정확히 신고해도 문제없었습니다. 지출은 5월에 신고해도 되더군요. 그래도 밤새 지출 내역을 살핀 일이 헛되진 않았습니다. 쌓인 내역을 한눈에 살피니 꼭 필요한 지출과 줄일 수 있는 부분이 명확히 보였습니다. 지출 기준도 조금 더 선명해졌습니다. 진작, 매일, 매달 해야 했을 일을 미룬 것에 부끄러움이 밀려왔습니다.
저는 평소에도 좋은 것엔 과하게 반응하고, 힘들고 싫은 것은 피하고 미루는 성향이 있습니다. 글쓰기, 독서, 기획, 원고 피드백, 매출 확인은 좋아합니다. (물론 매출이 잘 나올 때 이야기죠) 하지만 계산서 발행, MD 미팅, 지출 관리, 절세 공부, 기타 등등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교사일 때도 그랬습니다. 수업하고 아이들과 소통하는 건 좋아했지만, 행정 업무는 싫어했죠.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영역의 일을 해야 하는데 외면했던 것입니다.
수입과 지출에 대한 성찰
지난 1년을 수입과 지출이라는 숫자로 바꿔보니,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 정리해 두어야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 같아 수입 증가 방안, 지출 관리 방법을 글로 정리해 놓았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레터에 공유하고, 오늘 레터에서는 지출 면에서 무엇이 부족했었는지 정리한 부분을 공유합니다. (너무 당연한 내용이라 부끄럽지만, 오일이들에게 공개해야 제가 더 노력할 것 같아 공유합니다.)
- 지출 기록이 미흡했다. 매출 장부는 매일 작성했지만, 지출 장부를 만들지 않았다. 사업자 통장과 신용카드 명세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오산이다. 모든 숫자는 기록해야 한다. 기록하고 고민해야 숫자가 변한다.
- 사업자 통장에서 지출할 때 세부 내용을 메모하지 않았다. 오늘 미룬 한 건이 한 달이면 서른 건, 일 년이면 삼백 건이 된다. 미래의 나에게 친절한 사람이 되자.
- 신용카드가 한 장뿐이라 개인용과 사업용을 구분하지 않고 사용했다. 당연히 생활비와 업무비 내역이 뒤섞였다. 당장 편한 선택을 하면, 훗날 불편한 일이 생긴다.
- 지출 내용 중 업무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는 범위를 제대로 몰랐다. 모르면 묻고 공부해야 한다. 알아야 손익을 정확히 계산할 수 있다. 계산할 수 있어야 개선할 수 있다.
오늘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노션(Notion)에 매뉴얼을 정리했습니다. 느리고 오래 걸리더라도 일의 전체 과정을 파악하며 하나씩 꼼꼼히 챙기려 합니다. 다음번 신고 때는 조금 더 여유 있게 버튼을 누를 수 있겠지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