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월 편집자입니다.
2025년 마지막 편지를 보냅니다.
어제는 제가 운영하는 [오글오글 글쓰기 모임] 멤버들과 2025년 회고 모임을 했습니다. 15년 교직 생활을 접고 1인 출판사 대표가 된 해라, 회고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고요.
모임에서는 정리해 놓은 내용의 10분의 1도 이야기하지 못했지만, 스스로 정리하며 의미를 되새겨 본 과정 자체가 의미 있었답니다. 그리고 멤버들의 회고를 들으며, 멋진 삶의 태도를 배울 수 있어 좋았어요. 오일이들은 2025년을 어떻게 마무리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2025년을 마무리하며
이번 편지는 평소와 달리 『인생 쓰고 나면 달고나』 작가님들이 뽑은 올해의 책, 이월 편집자의 12월 23일 일기를 조금 다듬어 보냅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월 편집자의 마음이 조금 담겨있으니, 따뜻한 마음으로 읽어 주세요. 😊
2025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해요.
오일이들, 새해 좋은 일 가득하길 기도할게요. 🙏 |
|
|
💌 오늘의 편지
[연말 특별 코너] 『인생 쓰고 나면 달고나』 작가들이 뽑은 올해의 책
[이월의 탄생] 더 빨리 더 많이가 아니라, 나답게 (12월 23일 일기)
[함께 해요] 고전 독서 모임(무료, 1/7) |
|
|
📖 『인생 쓰고 나면 달고나』
작가들이 뽑은 올해의 책 |
|
|
📌 안지혜 작가님 원픽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민음사
지금 이 순간, 현재를 잘 살기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그 방법을 제대로 보여준 책입니다. 자신만의 의식을 통해 나만의 가치를 지키고, 주어진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즐겁게 임하며, 외부 상황이 어떻든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낸 것에 감사하는 마음. 이 모든 것이 하루를 잘 사는 방법이자 인생을 잘 살아내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
|
📌 지우 작가님 원픽
헌책 식당
하라다 히카, 문학동네
언젠가 유명 소설가가 되어 “인생을 바꾼 책이 있으십니까?”라는 질문을 받으면 저는 하라다 히카의 『헌책 식당』을 꼽을 거예요. 25년 초에 존경하는 책 친구에게서 이 책을 선물 받아 읽은 후, 운명처럼 오글오글 글쓰기 모임의 “책쓰모(책 쓰기 모임)”를 만났고 고심할 여지 없이 『고심 식당』을 쓰기 시작했으니까요. 8개월간 늘 곁에 이 책을 두고 글을 썼어요. 매일 새로운 삶을 꿈꾸면서.
|
|
|
타인의 상처를 짚어 내면을 읽을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의 여자와 알수없는 정체로 묘사되는 어둠을 품은 남자, 그들을 지켜보며 복수를 꿈꾸는 여자. 주인공들의 감정선이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히며 미묘하게 전개되는 책입니다.
우리는 대체로 상대방의 진짜 감정을 알 수 있기를 혹은 상대방이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랍니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으며 인간의 마음이 신체의 일부분처럼 투명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신의 축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저, 누군가의 상처를 알려고 노력한다는 그 자체로 충분할지도 모릅니다.
|
|
|
더 빨리 더 많이가 아니라, 나답게
8월 20일 첫 책 출간 후 약 두 달, 일명 '신간의 시간' 동안 도파민이 폭발했습니다. 출판과 상관없는 일을 하다가 기획부터 편집, 디자인, 홍보, 회계 등등 처음 겪는 일을 마구잡이로 클리어해 나가면서 크고 작은 [목표-성취] 패턴이 약 1년 정도 이어졌기 때문이죠. 제주 이주를 준비한 10월부터 제주에 적응하는 동안에도(사실 지금도 적응 중입니다만) 또다시 크고 작은 자극이 이어져 도파민이 요동쳤습니다. 12월 중순에 삼 일간 이어졌던 제주 북케이션 위크 때 격랑을 맞았지요.
도파민이 사그라진 자리엔 언제나 그렇듯 헛헛함이 찾아옵니다. 무기력이라 느껴지기도 하는 이 헛헛함은 사실 평온함, 안정감의 다른 이름이건만, 자극에 익숙해진 저는 때때로 무기력하다고 착각하곤 합니다. 생각이 생각을 키우고, 그 생각이 확신이 되어 몸으로 이어지면 진짜 무기력해지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일상을 잘 돌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물론 잘 안되지만요)
요즘은 다시 잔잔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눈을 뜨자마자 밖으로 나가 두 시간 정도 산책을 합니다. 최 이사와 대화하며 생각도 정리하고, 몸도 움직이며 정신을 환기하기 위해서입니다. |
|
|
산책 중 천지연 입구를 지나 서귀포항을 향해 가는 길이었습니다. 부두에 크고 작은 배들이 나란히 정박해 있었지요. 둑방엔 큰 새들이 줄지어 서 있었습니다. 모두 물 쪽을 향해 몸이 기울어진 것을 보니 물속 먹잇감을 노리는 것 같았습니다.
"새가 엄청 많네요. 여기 물고기 맛집인가 보다."
최 이사와 농담처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새가 얼마나 많은지, 지나가던 사람들마저 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풍경이었습니다.
그 풍경 한쪽엔 연신 물속으로 다이빙하며 사냥에 집중하고 있는 한 녀석이 있었습니다. 잠시 후, 녀석은 제법 큰 물고기를 입에 물고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근처에서 구경하던 아저씨들은 저거 돔이다 아니다 하며 물고기 이름을 가지고 티키타카를 했습니다. 저도 다큐멘터리에서나 볼 법한 장면을 실제로 목격하니 신기해서 오아어우와아 하며 감탄을 내뱉었지요.
그런데 아무리 봐도 저 녀석 주둥이와 목에 비해 물고기가 너무 커 보였습니다. 녀석은 애써 잡은 먹이를 놓칠세라 안간힘을 쓰며 입질을 했습니다. 하지만 얇고 긴 주둥이에 가로로 걸린 커다랗고 통통한 물고기는, 제 몸을 세로로 뉘여 주둥이 안으로 들어갈 생각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때,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또 다른 새가 느닷없이 녀석에게 달려들었습니다. 당황한 녀석은 날개를 퍼덕이며 물 위를 휘저으며 달아났고, 다른 새는 그 뒤를 쫓으며 물 위에 반호를 그렸습니다. 퍼더덕. 퍼더덕.
"아이구!"
설마 하던 일이 벌어졌습니다. 추격전이 시작된 지 얼마 안 가 어렵게 잡은 물고기를 놓친 것입니다. 아이구야. 그 순간 저도 모르게 탄식이 나왔습니다. 옆에 있던 최 이사도, 그 옆에 있던 아저씨도, 그 옆에 있던 아주머니도 같은 소리를 냈지요. 녀석은 재빨리 다시 물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하지만 한 번 놓친 물고기를 다시 잡기는 어렵겠지요.
물 위로 올랐다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길 반복하는 녀석을 보며 발길을 돌렸습니다. 주변에는 여전히 수십 마리 새가 날개를 모으고 물을 바라보고 서 있었습니다.
|
|
|
집으로 오는 길에 정모시 쉼터가 있습니다. 정방 폭포로 이어지는 물줄기지만, 동네 뒷산 같은 작은 숲속에 자리하고 있어 외지인들은 잘 모르는 곳이지요. 그곳에도 새가 많아요. 그런데 오늘따라 정모시 쉼터에서도 가장 외지고 조용한 곳에 있는 새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느린 속도로 줄지어 가는 오리 서너 마리, 자그만 바위 위에 고고하게 서 있는 백로, 발목까지 물에 담그고 숲을 바라보는 큰 새 한 마리. 겉보기에 다른 날과 다를 것이 없는데, 오늘따라 그 풍경이 특별해 보였습니다.
"여기 물고기 별로 없는데, 왜 이곳에 있을까요?"
평소라면 하지 않을 질문이었습니다. 그냥 아이구 귀엽다 하고 바라보다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겠지요. 그런데 좀 전에 본 부둣가 풍경이 강렬했나 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모시 쉼터는 작은 계곡이라 아주 작은 민물고기만 살아요. 그 물고기들은 워낙 예민해서 물 위에 그림자만 어른거려도 쌩하고 흩어져 버리죠. 단골 산책 코스라 자주 이곳을 지나는데, 새가 물고기 사냥에 성공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 적은 먹잇감을 나누며 조용히 이곳에 머무는 새들을 보니, 왠지 모를 평온함이 느껴졌달까요.
"오빠, 인간이나 비인간 동물이나, 결국 자기 성향대로 사나 봐요. 얘들은 적게 먹어도 조용히 유유자적하는 삶이 좋은가 보다."
제주도 바닷가를 걷다 보면, 새가 엄청 많은 곳이 있어요. 양식장 근처죠. 양식장에서 흘러나오는 인공 사료를 먹으려고 물고기들이 모이고, 그 물고기들을 먹으려고 새와 낚시꾼들이 모이고. 낚시꾼들이 던지는 미끼에 또 물고기들이 모이고, 낚시 과정에서 물고기가 흘린 피가 또 다른 물고기를 유인하고, 그 물고기를 먹으려고 또 새들이 모이고. 뭐 이런 심오한(?) 구조 속에 물고기와 새와 낚시꾼이 경쟁하듯 사냥을 하는 곳이죠.
그런데 이런 곳에 새가 왜 있지 싶은 곳에도 종종 새가 있어요. 저는 그런 곳에 있는 새를 보면 반가워요. 우리가 서로 닮은 것 같아서요. 저는 안정적인 먹잇감이 있지만 쫓기듯 치열한 경쟁이 있는 곳보다, 조금 부족하더라도 나만의 속도로 헤엄칠 수 있는 작고 고요한 물가가 좋거든요.
그런데 작은 것은 눈에 잘 띠지 않듯, 저만의 작고 고요한 물가가 어떤 것인지 아직 뾰족히 감각으로 전해지지는 않습니다. 오감을 활짝 열고 살아가다 보면 조금씩 느껴지겠지요?! |
|
|
✦ 고전 독서 모임
일시 : 2026. 1. 7. (수) 20:30 장소 : 온라인 (구글 미트) 비용 : 무료 내용 : 헤르만 헤세 『크눌프』
준비
- 인상 깊은 구절과 이유
- 함께 나누고 싶은 질문
- 내 삶과 연결되는 부분
신청
- 아래 [신청하기]에서 신청(~1/4)
- 또는 이월오일 프로필 링크에서 신청(~1/4)
|
|
|
|